미니멀라이프 [일하지 않습니다] - 무레요코
[일하지 않습니다] – 무레요코
요즘 미니멀라이프가 대세인것 같다. 아마도 큰 자연재해를 겪은 일본에서 시작되지 않았나 싶은데 '리틀포레스트'같은 영호부터 책까지 소박하지만 만족하는 삶이 각광을 받고있다. 이 책도 그 연장선상의 하나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이 책은 카모메식당을 쓴 무레요코의 소설이다. ‘세평의 행복, 연꽃빌라’가 1편이고 ‘일하지 않습니다’가 후속편인데 연꽃빌라를 읽고나서 그 뒤가 궁금하여 찾아본 책이다.
쿄코는 여전히 연꽃빌라에 살고있다. 이제 48세라고 했으니 연꽃빌라에 산지 3년이 지난것이다.
이어지는 내용을 위해 전작이야기를 하자면 쿄코는 대형광고회사에서 근무하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커리어우먼이였다. 하지만 본인은 전혀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아왔고 엄마의 잔소리와 회사동료의 가식적인 면모들에 지쳐 회사를 그만두고 낡은 목조건물인 연꽃빌라로 이사한다. 전작에서는 일에 몰두하다가 모두 그만둔 쿄코가 연꽃빌라에 적응해나가는 이야기였다. 사실 일을 안하고 산다는 것은 모두가 부러운 일이지만 막상 나에게 그런일이 생긴다면 쿄코와 마찬가지로 어딘가 늘 불안함이 있을 것 같다. 그런 쿄코는 자신에게 괜찮다고 토닥이며 소소하게 미니멀라이프를 살아가는 이야기다. 사실 이 소설에서 꽤 많은 위로를 받았는데 일을 안하고 산다고 하면 뭐랄까 돈이 엄청 많고 사치를 부리며 사는것만 생각했는데 한 달 100만원 안에서도 이렇게 여유롭게 살 수 있겠구나를 깨닫고 나도 언젠가는 쿄코처럼 한번 살아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하지 않습니다’에서는 역시 쿄코가 연꽃빌라에 사는 모습을 그리는데, 지유키라는 새로운 젊은친구가 연꽃빌라로 이사온다. 지유키는 젊음이 가득한 미대생으로 긍정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독특한 친구이다. 지유키가 이사오면서 생기는 이런저런 작은 에피소드들을 무레요코 특유의 잔잔한 감성으로 따뜻하게 써내려가서 나도모르게 미소를 머금으며 읽게되었다. 한편 쿄코는 자수라는 새로운 취미를 만들고 오랜만에 집중해서 무언가를 만드는 열성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쿄코가 만들고 싶은 자수를 소설안에서 설명하는데 다들 이걸 완성하면 엄청 멋질거라고 한다. 그 자수가 어떤스타일일지 굉장히 궁금했는데 지유키가 프라나칸 스타일이라고 해서 프라나칸 자수를 검색해보니 ‘페라나칸 자수’가 맞는 표현인지 페라나칸스타일이 더 많이 검색되었는데 검색된 이미지를 보고 정말 예뻐서 깜짝 놀랐다. 이걸 초보자인 쿄코가 만든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소설 안에서는 완성되었다고 나오진 않았지만 아마 쿄코라면 완성했을 것 같다.
책을 다 읽고나서 마음이 차분해졌다. 여전히 쿄코는 그대로 잘 살고 있고 미니멀라이프의 삶을 혼자서 잘 해내어가고 있었다. 허구인 소설이지만 왠지 쿄코라는 인물은 어디엔가 있을것만 같아서 마음으로 응원해주고싶은 캐릭터이다. 나의 48세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쿄코 같은 삶도 꽤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을 차분하고 잔잔하게 해주는 이 연작소설 두 편은 위로받고 싶을 때마다 꺼내봐야할 소설이다.